국내 차업계, 중국업체 '베끼기' 차단 비상
(서울=연합뉴스)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유명 외국 자동차업체들이 '디자인 도용' 등의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도 중국 자동차업계의 이같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나 사후 소송을 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지적재산권 피해에 노출된 상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도요타, GM 등 외국 자동차메이커들이 중국 현지 업체들과 자동차 디자인 등의 '베끼기 시비'를 빚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중국내 지적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 시장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우선 자사의 상표와 로고, 디자인 등을 모방하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즉시 대응하기 위해 중국내 10여개 법률법인에 의뢰,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중이다. 또 조만간 공식 출범할 중국내 지주회사와 베이징현대, 둥펑위에다기아 등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체계적인 시장 감시 활동을 벌여나갈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자사와 중국어 발음이 똑같은 저장셴다이그룹(항저우 소재)에 지역 딜러권을 제공하고 '셴다이치처'(現代氣車)라는 중국명 상표 독점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안경 등 자동차 이외의 물품에 일부 영세업체가 우리 회사 로고를 도용한 사례만 적발됐을 뿐 심각한 피해는 아직 없다"면서 "하지만 외국 유명 업체들의 자동차 디자인이 카피돼 중국업체들과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는 사례가 잇따라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내에는 중소업체까지 100여개 자동차메이커가 난립해 있다. 그러나 승용차 양산라인을 가동중인 곳은 대부분 외국 합작회사이고, 순수 중국자본으로는 상하이기차, 뚱난기차, 체리자동차(Chery Automobile Co. Ltd) 정도가 꼽힌다. 이 가운데 체리자동차는 마티즈(현지 판매명 시보레 스파크) 디자인을 모방해 'QQ'라는 소형차를 생산한 혐의로 작년 12월 GM대우에 의해 상하이 제2고등법원에 제소됐다.
GM대우가 여러 전문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QQ는 차체, 외관, 내부 디자인, 주요 장치 등에서 마티즈와 거의 똑같으며 대다수 부품들도 호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돈 에번스 전 미국 상무장관은 중국 재계 인사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QQ가 GM대우 스파크의 디자인을 베낀 대표적 지적재산권 침해 사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업체보다 먼저 중국시장에 들어간 외국업체들의 피해 사례는 훨씬 심각하다. 혼다는 작년 12월 자사 인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CR-V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며 중국업체 2개사를 현지 법원에 제소했고, 닛산도 자사 SUV 디자인을 베낀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자동차업체 GWA와 갈등을 빚고 있다. 또 GM과 폴크스바겐도 자사 디자인 등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오래 전부터 체리자동차와 의견대립을 보여 왔으며, 도요타는 지난 2003년 체리자동차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아직 자동차 디자인 등의 지적소유권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도요타의 패소 사례가 보여 주듯 중국 법원에 호소해도 시원한 해결을 기대할 수 없어 향후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경자동차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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