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운전특약, 문제투성이 가입률 0.5%, 필요할 때 가입도 힘들어 명절을 위해 개발된 자동차보험 임시 운전자특약이 문제투성이어서 실제 이용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명절 임시 운전자특약은 명절이나 휴가철동안 차 1대를 여러 명이 운전하다 사고가 나도 보상에 문제가 없도록 만든 상품이다. 가입기간이 7~10일 정도로 짧아 보험료가 대개 2만원 이하다. 현재 국내 9개 손해보험사(그린화재와 교보자동차보험 등 온라인보험사 제외)에서 이 상품을 팔고 있다. 그러나 이 특약은 이름과 달리 명절에도 거의 이용자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형사인 A사의 경우 지난해 가입률은 0.5%. 중소형사인 B사는 이용현황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관리가 안되고 있다. 다른 손보사들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약이 왜 필요한 지, 이용률이 저조한 까닭은 무엇이고 개선책은 없는 지 알아봤다.
▲필요성
지난 몇 년동안 보험료 절약이 화두가 되면서 운전자 수를 제한해 보험료를 절감하는 할인특약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가족한정특약 외에 부부한정, 형제한정, 1인한정 특약이 나온 것. 덩달아 운전자한정 특약 가입자들도 많아졌다. 이에 따라 가족한정특약이 일반화됐을 때는 1대의 차를 가족 구성원이 운전하는 건 보상에 문제가 없었으나 현재는 가족이라도 마음놓고 차를 교대로 운전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상품이 명절 임시운전특약이다. 1만~2만원의 저렴한 보험료로 명절기간동안 가족 모두가 운전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특약이 없는 손보사(그린화재, 교보자동차보험, 다음다이렉트)의 가입자들은 명절기간동안 한 대의 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운전 가능한 사람을 ‘누구나’나 ‘가족한정’으로 조건을 바꾼 뒤 남은 보험기간동안 해당되는 보험료를 모두 내야 한다. 명절이 끝난 뒤 다시 조건을 변경,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지만 번거로워 실효성이 적다.
▲가입 시 문제
삼성과 쌍용은 각각 애니카 자동차보험과 마이카 자동차보험 가입자만 이 특약에 들 수 있다. 신동아도 예스카와 카네이션 자동차보험 가입자만 가능하다. 세 보험사는 또 보험에 처음 들 때 선택하지 않으면 중간에 가입할 수 없다. 가입자에게 명절 때의 상황을 예측하고 알아서 가입하라는 얘기다. 대한화재는 일시납인 경우만 받고 있다. 현대, 동양, 동부는 개인별 요율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져 따로 보험료를 알아본 뒤 가입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동부의 경우 운전자범위 특약(가족, 부부, 1인 등) 범주 내에 속하는 사람이 1인 이상 동승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비교적 가입이 간편한 곳은 정해진 보험료만 받는 LG와 제일. 1주일 기준으로 LG는 1만5,000원, 제일은 2만원(자차 미가입 시 1만1,000원)이다.
이렇듯 상당수 손보사에서 이 특약의 가입이 어려운 이유는 설계사나 대리점이 얻을 수 있는 보험료 수입은 적은 대신 보험료를 설계해주는 등 일이 번잡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보상의 문제
특약 가입차를 다른 사람이 몰다 사고가 나 보험처리하면 가입자의 보험료가 할증된다. 따라서 사고자와 가입자 간에 마찰이 생길 수 있다. 가족일 경우 분란 소지가 있어 자칫 명절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 차라리 사고자가 보험 대신 자비로 직접 처리하기도 한다. 보험으로 얻을 수 있는 효능이 줄어드는 셈. 자신의 보험으로 처리한다면 따로 특약에 가입할 필요없이 ‘운전자 바꿔치기’를 하면 된다는 모럴헤저드가 생길 수도 있다.
가입자의 차를 여럿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 외에 가입자 자신이 다른 사람의 차를 몰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 무보험차에 의한 상해담보를 택하면 ‘다른자동차운전특약’에 자동가입돼 가입자와 그 배우자가 다른 차를 몰다 사고가 나더라도 보상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무보험차 상해담보에 가입하려면 대인∥, 대물, 자기신체사고 담보에 모두 들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또 대인∥를 보험처리했을 때는 2대의 차에 적용되는 보험료가 모두 할증되는 문제가 생긴다.
▲개선점은
이 특약은 명절이라는 특수 상황에 제3자인 다른 운전자가 포함되는 게 조건이다. 따라서 보험료 할인할증과 관련있는 가입자의 평상시 운행 형태 및 가입자 특성 요율과는 상관이 없다. 그러나 다른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가입자의 보험료가 할증된다. 특약의 존재이유와 보상이라는 후속절차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는 셈. 이를 해소하고 명절 특약이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특약 보험료를 올리더라도 보험료 할증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또 LG와 제일의 정액형 상품처럼 필요할 때 쉽게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다른차운전특약의 성격을 덧붙여 효용성도 높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명절 특약은 각종 운전자 한정특약이 등장하면서부터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보험료 수입이 얼마 안되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방치해둘 게 아니라 이름에 걸맞는 쓸모있는 특약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한경자동차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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