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하 사장 vs 김광철 사장, 벤츠에서 2라운드 대결
BMW에서 라이벌 관계였던 두 사람이 오는 2월부터 벤츠에서 다시 맞붙게 된다. 그 주인공은 류인하 한성자동차 사장과 김광철 더클래스효성 신임 사장.
류 사장은 지난 78년 코오롱에 입사한 이후 80년대 후반 HBC코오롱(당시 코오롱모터스)이 BMW사업을 할 때부터 수입차사업에 참여했다. 영업총괄이사를 거쳐 2002년 한성자동차 부사장으로 옮겼다. 지난해는 사장으로 취임했다. 김 신임 사장은 90년대초 볼보를 수입판매하던 한진에 몸담았으며 95년 BMW코리아가 설립되면서 마케팅 총괄이사를 지냈다. 98년에는 BMW 딜러인 저먼모터스에서 임원으로 지냈다. 그는 유승엽 더클래스효성 전 사장이 1월31일부로 사직함에 따라 2월부터 사장으로 부임한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10년 가까이 BMW차를 팔기 위해 일해 왔다는 것. 그러나 코오롱이 임포터였다가 딜러가 되는 과정에서 류 사장과 김 사장 사이는 다소 껄끄러웠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BMW 현지법인 초기였던 만큼 견해차이로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기 때문. 또 김 사장이 저먼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는 서울시장을 놓고 류 사장과 눈에 보이지 않는 판매경쟁을 벌여 왔다.
그런 두 사람이 2월부터는 벤츠 딜러로 다시 만나게 돼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단은 한성자동차를 이끄는 류 사장이 우위에 있는 상황. 딜러이긴 하지만 한성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지분을 상당히 갖고 있어 임포터 측에서 전혀 무시할 수 없어서다. 또 한성은 지난 87년부터 벤츠를 팔아 '벤츠=한성'이란 이미지가 강하게 심어져 있다. 한성은 전시장이 하나밖에 없는 효성과 달리 반포동, 신사동, 대치동 등 서울 주요 거점에 매장을 두고 있고, 향후 전시장을 추가로 낼 때도 유리한 입장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김 사장이 BMW의 신생 딜러였던 저먼을 코오롱에 이어 2위 딜러로까지 올려 놓은 장본인임을 생각할 때 예상치 못한 저력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지난해 효성이 서울시장에서 한성의 점유율을 예상보다 많이 뺏을 정도의 판매력을 자랑했기 때문에 김 신임 사장이 어떻게 영업팀을 조련하느냐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
다만, 효성은 대표가 바뀌면서 내부조직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얼마나 빨리 체계를 잡느냐가 과제로 꼽힌다. 또 벤츠 판매에 올인할 수 있는 한성과 달리 본사의 간섭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효성이 김 신임 사장에게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도 향후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효성의 경우 일반 소비자 대상의 사업을 펼친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벤츠 판매사업에서 과감한 선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게 향후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전임 유 사장도 효성의 이런 태도에 실망하고 사임했다는 후문이어서 이 부분을 김 신임 사장이 어떻게 조율하느냐도 관건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벤츠 딜러들이 BMW 출신 임원들을 속속 영입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BMW가 단기간에 한국 수입차시장을 잡을 수 있었던 노하우를 벤츠 딜러들이 그대로 가져오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어쨌든 BMW에서 벤츠로 갈아 탄 두 사람의 라이벌 대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궁금하다.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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