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뉴 S60 T5, 강하고 터프한 파워 260마력
볼보가 새해 벽두부터 부산하다. 해가 바뀌자마자 뉴 S60 2005년형을 발표하고 시장공략에 기운을 모으고 있다. 2005년 신차 레이스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 새해에는 뭔가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를 담은 택일이다.
뉴S60의 변화는 그리 많지 않다. 외형으로 보면 라디에이터 그릴이 조금 커진 점 말고는 달라진 점을 찾기 힘들다. 헤드램프의 유리가 플라스틱으로 바뀌었고 인테리어 소재도 부분적으로 바뀌었다. 5단 자동변속기에는 인공지능기능을 추가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특히 T5 모델은 엔진 배기량을 조금 늘려 10마력 정도 힘을 키웠다. 바로 그 모델, 볼보 뉴 S60 T5를 시승했다.
▲디자인 무심하게 차를 보면 변화를 읽어내기 힘들다. 설명을 듣고 자세히 봐야 '아, 그렇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플라스틱을 채용한 헤드램프는 모습도 달라졌다. 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사각형과 원형의 배치가 이전과 다르다. 볼보의 상징이랄 수 있는 벨트 라인이 자리잡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더 넓은 면적을 커버한다. 옆을 보면 벨트라인이 두드러진다. 보닛에서 리어램프로 이어지는 라인이 차를 볼륨감있게 만든다. 뒤에서 봐도 이 벨트라인이 연출하는 볼륨감은 눈길을 잡아끈다. 리어램프의 형상도 특이하다. 전형적인 세단이지만 구석구석을 뜯어 보면 이 차만의 색깔이 적용됐음을 알게 된다.
실내에 유입되는 공기는 유해가스 차단 시스템을 거친다. 배기가스에 민감한 이들에겐 안전한 실내다. 인테리어는 실용적, 기능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른 차들과 크게 다를 건 없지만 세심하게 배려했음을 보여준다. 센터 콘솔을 슬라이딩 커버로 깨끗이 덮을 수 있고, 팔걸이 내부의 수납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게 그렇다. 튼튼해 보이는 B필러에도 뒷좌석용 송풍구를 따로 만들었다.
▲성능 가속 페달을 완전히 밟으면 차체가 어찌할 줄을 모를 만큼 강력한 파워를 가졌다. 최고출력은 260마력. 고압터보를 장착한 직렬 5기통 2,401cc 엔진은 엔진룸에 가로로 얌전히 배치됐다. 좁은 엔진룸이지만 공간을 알차게 이용하고 있다. 엔진룸을 좌우로 가로지르는 스트럿바는 이 차의 피를 짐작케 해준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염두에 둔 레이아웃이다.
최근의 볼보를 보면 성능, 파워, 스포츠 드라이빙 등을 강조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안전의 볼보’에서 ‘성능의 볼보’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안전한 볼보가 충분히 잘 달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가속 페달을 통해 신호를 받은 엔진은 주체할 수 없는 파워를 뿜어내며 속도를 빠르게 높였다. ℓ당 100마력을 넘게 뽑아내는 효율적인 엔진은 차체를 이기고 있었다. 킥다운을하면 앞타이어가 순간적으로 슬립하는 걸 느낀다. 운전하는 즐거움일 수 있지만 기껏 효율을 높인 엔진 파워가 허비되는 것이다. 엔진이 차체를 이기며 순간적인 불안을 만들어낸다. 스티어링도 순간적으로 흔들린다. 핸들을 꽉 쥐고 있어야 했다.
엔진출력을 조절해 차체의 안정성과 자세를 제어해준다는 DSTC도 순간적인 슬립은 어쩌지 못했다. 워낙 강한 파워가 순간적으로 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나마 DSTC가 컨트롤을 하기에 미끄럼이 순간적으로 잡힌다. 그 작동을 끄면 강한 엔진 파워를 전달받은 타이어는 연기가 피어오르도록 슬립한다. DSTC는 아주 효과적으로 차체를 제어했다. 급코너를 돌아나가거나 혹은 원형주행을 계속할 때 적절한 수준에서 엔진파워를 조절해 차체가 안정을 잃지 않게 도왔다. 적어도 운전자가 차를 제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이를 믿고 턱없는 속도에서 급코너링을 시도한다면 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무조건 사고를 막아주는 안전장치는 아니란 얘기다. 운전자의 사소한 실수나 운전능력의 모자람을 보완해줄 뿐이다. 안전장치를 과신하면 안된다.
일단 탄력을 받은 차체는 거침없이 가속을 거듭했다. 시속 180km 이상까지도 순식간에 치고 나간다. 0→시속 100km 가속 7.2초의 순발력을 자랑한다. 어지간한 스포츠카 수준이다. 실내는 조용하지 않다. 조용한 게 미덕이 아님을 말해주듯 박력있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확실히 달리는 즐거움에 포커스를 맞춘 차임을 웅변하고 있었다.
여전히 느끼는 아쉬움이지만 내비게이션 모니터에 나오는 지도는 정확하지만 그림이 조악하다. 300만원을 주고 추가로 구입하는 것인데 아쉬움이 크다. 6,000만원대의 고급 수입차에 맞는 품질을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아직도 상당수의 수입차에 내비게이션 장치가 적용되고 있지 않음을 본다면 그나마 나은 수준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 중립에서 D로 변속이 되는 건 의외다. 시프트록은 국내에선 자동변속기에 가장 기본으로 채용되는 안전장치인데 이 차엔 적용이 안됐다.
▲가격 이 차의 가격은 6,332만원. 새 모델이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가격이 조금 올랐다. 터보가 적용돼서 연비는 8.5km/ℓ다. 경제성이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차의 가격대는 차의 성격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독일의 고급 브랜드들보다는 싸지만 동급의 미국 세단보다는 비싸다. 즉 볼보 S60 T5는 ‘고급 세단이지만 럭셔리는 아닌’,‘안전한 볼보가 달리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만든’차로 정의할 수 있겠다.
시승/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강경숙 기자 cindy@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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