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가인
제목     박종서 부사장의 이유있는 변신





박종서 부사장의 이유있는 변신

 자동차 디자이너 박종서 교수를 만났다. 스쿠프를 비롯해 수많은 히트차종을 탄생시킨 현대자동차 디자인 책임자. 그러나 이제는 기업에서 쌓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강단에 선 교수. 현대자동차 디자인부문 부사장에서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장으로 변신한 지금, 박종서 교수에겐 새로운 꿈이 하나 생겼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기업 임원에서 교수로 변신한 이유는.

 "망치질 때문이다. 선친의 작고를 계기로 집에서 망치질을 하게 됐다. 직접 해보니 아직 망치질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 그리고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갖게 됐다. 좀 다른 일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과감히 옮길 수 있었다"



 -기업에서 벗어나 좋은 점은.

 "우선 자유롭다. 특히 자동차 디자인을 하면서 늘 조각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 이제 개인적인 관심사에 빠질 수 있어서 좋다. 실제 자동차를 만들며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형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각종 용접도 직접 하면서 오히려 학교에서 내가 배운다는 느낌이다"



 -요즘 개인적으로 집중적인 관심을 갖는 부문은.

 "디자인으로 얘기하자면 '곡선'이다. 그래서 소라껍데기나 호박넝쿨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사물은 곡선의 미학이 제대로 구현돼 있다. 결국 디자인의 모티브는 자연인 셈이다. 자연을 모르고서는 좋은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디자인을 맡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차가 있다면.

 "티뷰론이다. 물론 이유는 티뷰론의 '곡선' 때문이다. 티뷰론 디자인은 상당한 곡선을 사용한, 근육질의 볼륨감이 특징이다. 그런데 당시 컨셉트카를 만들어 놓고 내부에서 악평을 많이 받았다. 특히 곡선이 주는 볼륨감에 거부감이 많았다. 그러나 정작 해외에서 뚜껑을 열었더니 엄청난 호응이 있었다. 그래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반응이 좋았던 차는.

 "싼타페였다. 싼타페는 정말이지 양산을 전제로 하지 않은, 컨셉트카도 아닌 '쇼카'였다. 주재원 몇 명이서 미국 내 모터쇼에 무얼 내놓을까 고민하다 그냥 만들어본 차다. 그런데 모터쇼에 공개되자 미국 내 판매부문에서 양산요구가 뒤따랐다. 그래서 리디자인을 하게 됐고, 결국 현대의 효자차종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가장 처음 디자인을 맡았던 차는. 

 "스쿠프다. 스쿠프는 사연이 조금 있다. 스쿠프가 나오던 시절 현대는 대부분 해외 디자인을 도입해 왔다. 스쿠프 개발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경영진에 우리가 해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믿지 않았다. 그래서 이탈디자인과 경쟁하기로 했다. 현대 내 디자인팀과 이탈디자인이 별도로 만든 걸 보고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이탈디자인에서 스쿠프가 왔을 때 사실 떨렸다. 어떻게 스타일을 해놓았을까. 포장을 뜯어내는 순간 안도가 됐다. 누가 봐도 현대 디자인팀의 스타일이 훨씬 좋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경영진은 자체 디자인을 선택했고, 그렇게 해서 스쿠프를 첫 작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후 엘란트라, 쏘나타 등 현대·기아의 모든 차종의 디자인 책임자로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실패한 디자인도 있을텐데.

 "피닌파리나가 스타일을 맡았던 '라비타'는 해외 디자인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당시 최고경영진이 피닌파리나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줘 작업이 진행됐는데, 국내에선 반응이 좋지 않았다. 물론 유럽에선 인기있다. 지역에 따라, 문화에 따라 정서가 다르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 사례다"



 -평소 디자인 영감은 어떻게 얻는 지.

 "디자인은 1차적으로 마음이 편해야 한다. 회사에 있을 때는 젊은 직원들과 함께 어울렸다. 같이 인라인 스케이트도 타고 트럼펫, 섹소폰 등을 배웠다. 가급적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을 보여주며 최대한의 커뮤니케이션 형성에 노력했다. 이렇게 자유롭게 보내며 자유로운 영감을 얻어낸다" 



 -교육자로서의 포부는.

 "나는 기업에서 많은 걸 배웠다. 그래서 배운 것을 사회에 쏟아내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기부행위'라고 생각한다. 국민대학뿐 아니라 여기저기 무료강의를 다니는 것도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후학을 양성하는 게 작은 소망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있다면 자동차회사에서 할 수 없었던 컨셉트카를 한 대 만들어 보는 일이다. 비용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그야말로 작품을 말이다. 컨셉트카는 국민대 내 자동차공학대학원과 공동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아주 획기적인 차를 만들어보고 싶다"



 -앞으로 또 다른 계획은.

 "당분간은 교직에 머물겠지만 개인적으로 자동차 디자인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저술활동을 하려 한다. 또 여러 자연을 접하며 곡선의 미학을 보다 많이 공부할 계획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한경자동차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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