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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32개 차보험 특약, 있으나마나





232개 차보험 특약, 있으나마나

 '232가지 다양한 음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문은 찌개종류만 됩니다'



 메뉴판에는 수백 가지 음식이 있으나 주문은 된장찌개만 받는 음식점같은 예를 자동차보험시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자동차보험에 232개가 넘는 특별약관(특약)이 있으나 보험을 잘 아는 영업조직조차 무엇이 있는 지 모를 정도로 상당수 특약이 유명무실해서다. 



 특약은 자동차보험의 보통약관과는 별도로 보험에 가입된 차의 운전자를 제한하거나 보상범위를 넓히는 등 특별조건을 붙여 계약하는 것. 계약체결 시 가입자와 보험사(설계사 등 영업조직)가 따로 약정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초 자동차보험에 애완견 사망보상금이나 결혼식 취소 위로금 등을 보상해주는 232개 특약이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 11일부터는 삼성화재가 자녀 학자금을 주는 상품 등 28개의 특약을 선보였고, 앞으로도 특약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금감원측은 당시 보험사마다 취급하는 특약이 다르고, 보험료도 오를 수 있으므로 꼼꼼히 살핀 뒤 가입하라는 친절한(?) 조언까지 해줬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이 처럼 많은 특약 중 가입자가 입맛에 맞는 상품을 골라 손쉽게 가입할 수 있을까. 결론은 상품은 많은데 가입할 수 있는 특약은 손에 꼽을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을 잘 아는 설계사들조차 긴급출동 서비스, 주말사고확대담보 등 널리 알려진 몇 개 특약을 제외하고는 어떤 특약이 있는 지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설사 알더라도 보험료가 얼마 안되는 특약 가입을 위해 번거로운 가입설계까지 해주기를 꺼리고 있다. 



 일부 손보사의 경우 이런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여러 특약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고 있으나 이 역시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설계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손보사는 또 자신들이 개발한 수십 가지 특약의 가입현황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특약은 많은데, 가입자는 적다 보니 인기상품 외에는 제대로 관리가 안되고 있는 것. 



 여러 손보사의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대리점도 마찬가지다. 대인, 대물, 자차, 자손, 무보험차상해 등 기본적인 상품에 긴급출동 서비스 특약을 넣는 간편한 가입방식을 선호한다. 가입자의 상황에 맞춰 특약까지 소개해주는 건 시간과 비용에서 모두 손해라고 판단한다. 



 결국 손보사별로 차별화된 상품을 소개하고 가입자의 선택폭을 넓히기 위해 경쟁적으로 개발된 특약이 자동차보험만 더 복잡하게 만든 채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대리점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보험 하나로 가능한한 많은 위험을 보장하려다 보니 ‘보여주기식’ 특약들도 무더기로 쏟아졌다”며 “자동차보험은 기본에 충실하게 만든 뒤 기존의 특약들을 하나로 묶어 단기 운전자보험같은 다른 보험으로 판매하는 게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히고 손보사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특약은 대상이 한정돼 있어 가입자가 적은 건 당연하고, 다양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손보사 차별화와 고객의 선택권 강화를 위해 특약은 앞으로도 더 많이 개발되고 바뀌어야 한다”며 “다만, 여성에게 필요한 특약을 하나로 묶은 레이디플랜처럼 패키지 형태로 단순하게 만들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한경자동차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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