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가인
제목     벤츠, 언제 저력 보이나?





벤츠, 언제 저력 보이나?

업계 3가지 이유 들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MBK)의 2005년은 힘든 한 해가 될 전망이다. 2003년 1월 법인 출범 이후 ‘타도 BMW’를 공식 천명하고 바쁜 행보를 보였으나, 내심 하반기 1위 등극까지 넘봤던 2004년의 등록성적이 저조한 데다 올해는 악재들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MBK는 2003년의 경우 출범 당시 목표였던 3,400대 판매에 근접한 3,124대를 기록, 전년 대비 46%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4,000대가 목표였던 지난해에는 3,188대 등록으로 목표를 채우기는 커녕 전년 대비 2% 증가에 머물렀다. 또 2004년 '베스트셀링카 톱10'에는 등록대수 563대의 E320 1종만 올라 면피 수준에 그쳤다. 현지 법인 설립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과 원활한 물량수급 등으로 단시간에 수입차업계 왕좌로 군림할 것 같았던 MBK가 예상 밖으로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3가지 정도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우선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S클래스와 주력모델인 E클래스의 판매가 저조했다. S클래스는 1억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꾸준히 잘 팔리는 효자모델이다. S320L이 1999년에는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위에 올랐고 2002년 5위, 2001년 7위를 각각 차지했다. 2002년의 경우 페이스리프트를 앞두고 판매가 줄었으나 같은 해 12월 신차 출시 이후 2003년에는 S350이 492대가 등록돼 10위에 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등록대수는 432대로 12% 감소를 기록했다. 2,000만원에 가까운 할인판매라는 극약처방을 썼음에도 판매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  

 풀체인지되는 S클래스는 빠르면 올 연말 유럽에서 출시돼 국내에는 2006년 상반기중 판매될 전망이다. 해외 각종 자동차 전문지들의 스파이 샷에 따르면 신형은 현재 판매중인 모델보다 커지고, 외관도 날렵해지며 BMW의 i-드라이브를 겨냥한 각종 전자제어 시스템이 갖춰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1~2년 안에 풀체인지되는 모델을 미리 사서 중고차가격을 깎아 먹을 필요는 없다는 소비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며 “BMW 7시리즈의 경우도 신차가 나오기 1~2년 전부터 판매가 저조했다”고 말했다.

 E클래스의 등록대수는 E240이 2003년 613대에서 2004년 419대로 194대나 감소했다. E320은 493대에서 563대로 70대 증가에 그쳤다. E클래스의 부진은 2004년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3위를 기록한 렉서스 ES300(3,169대)과 LS430(1,176대), BMW 530(957대)과 6위의 BMW 520(689대) 등으로 수요가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두 번째 이유로는 MBK의 조직이 아직 정비되지 못한 점을 들고 있다. 출범 원년이었던 2003년의 경우 딜러 선정 및 서비스센터 확충 등 회사 기반을 구축하느라 어수선한 분위기로 1년을 지냈고, 초기 진입단계가 지난 2004년부터는 조직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 조직의 힘이 중앙으로 집중돼 일이 효과적으로 추진되는 게 아니라 마케팅, 영업, 서비스 등 각 부문이 별도로 움직인다는 지적이다. 

 실제 딜러가 업무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이 부서 저 부서를 찾아다녀야 하는 게 일상사가 됐다. 한 딜러는 "각 부서의 업무영역을 독립화하고 힘을 실어주는 건 물론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추려는 흔적이 역력하다"면서도 "그러나 MBK와 일하다 보면 마치 3~4개 회사를 상대하는 것 같다"고 털어 놓는다.

 MBK의 조직은 크게 독일 본사에서 파견된 임직원, 한성자동차에서 영입한 임직원, 법인 출범 후 새로 뽑은 임직원 등 3개 부문으로 구분된다. 아직까지 세 부류 간에 완전 통합과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개개인의 견해도 조율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동질성이 부족한 건 물론 자칫 임직원 간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딜러 문제다. 서울지역 딜러로 큰 기대를 걸고 영입한 효성이 MBK가 원하는 만큼 능력을 발휘해주지 못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효성답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효성이 출범 1년차임에도 벤츠 딜러 간 자체 점유율 등에선 목표를 초과달성했다고는 하나 한성과 경쟁을 통해 시장을 창출하기보다는 기존 파이를 뺏어온 데 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효성이 출범초기와 달리 소극적으로 바뀐 데에는 MBK가 대주주인 한성자동차에 휘둘려 효성에 공정한 경쟁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도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효성 입장에선 MBK나 한성에 피해의식을 갖게 되면서 선순환을 위한 과감한 투자보다는 눈 앞의 수익성 챙기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풀이다.

 이 밖에 일부 지방딜러들의 자금난도 벤츠의 판매부진에 가세했다. 전주지역 딜러가 영세성을 면치 못해 문을 닫았고, 현재도 일부 딜러가 자금난에 빠져 영업에 전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 관계자는 “2004년의 경우 비슷한 배기량의 저가 모델이 많이 출시돼 경쟁이 치열했다”며 “회사의 목표가 판매실적에 중점을 두는 게 아니라 내실을 기하자는 것인 만큼 회사 내 분위기는 지난해 판매목표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회사측은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대규모 엔지니어링 트레이닝센터를 짓고 있다. 또 기술자 교육을 위해 직원을 독일 본사로 파견, 각종 최신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MBK가 지난 한 해 내실 다지기에 중점을 뒀다면 올 한 해는 판매에 좀더 신경쓸 전망이다. 어쨌든 출범 당시 목표였던 국내 수입차시장 점유율 20% 고지는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MBK는 내부적으로 2007년께나 돼야 완전한 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인 판매순위 경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올해도 볼륨 드라이브는 어려울 전망이다.
 

진희정 기자   jinhj@autotimes.co.kr

-한경자동차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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