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담보'로 사기친 차량정비업체 무더기 적발
(서울=연합뉴스) 사고 차량 수리를 맡긴 자동차 운전자들의 생명은 아랑곳 하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보험사기극을 벌여온 자동차 정비업체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염웅철 부장검사)는 5일 중고 부품으로 사고 차량을 수리하고 정품을 사용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챙긴 수도권 일대 자동차 정비업소 9곳과 부품상 5곳 등을 단속해 정비업체 사장 윤모(58)씨 등 2명을 구속하고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2003년 11월부터 최근까지 40여 차례에 걸쳐 서울 송파구 S정비공장에서 중고 부품으로 사고 차량을 수리해주고 정품을 사용한 것처럼 속여 보험사에 수리비를 청구해 2천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일단 부품상에 정품 부품을 청구해 보험사가 부품상에 부품비를 지급하면 정품을 슬쩍 부품상에 반납, 중고 부품으로 차량을 수리한 후 보험사에서 받아낸 부품비를 부품상과 8대 2의 비율로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단속으로 그동안 입소문으로만 나돌던 자동차 정비업체와 부품상의 조직적인 보험사기 범행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단속된 업체들은 차량의 거의 모든 부분에 재생ㆍ위조된 중고 부품을 사용했고 특히 차량 안전에 심대한 위험을 줄 수 있는 조향장치, 동력전달장치, 충격완화장치 등 주요 부품들도 중고 부품으로 바꿔치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에 눈이 먼 나머지 보험사에 금전 피해를 입힌 것은 물론, 자신도 모르게 불량 부품으로 수리된 차량을 운전하게 된 일반 시민들의 안전을 위험하게 한 것이다.
윤씨는 지난해 1월 이모씨와 짜고 고의로 이씨의 승용차를 긁어 흠집을 낸 후 차량에 전체 도장 작업을 하고 보험사로부터 120만원을 받아 내는 등 30여차례에 걸쳐 보험금 3천3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윤씨는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은 소위 '보유불명 사고'의 경우 차주의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 점을 악용, 자신의 정비공장을 찾아은 이씨 등에게 "공짜로 차량 전체 도색을 해주겠다"고 제의, 차체를 살짝 긁어 흠집을 내고 보험사에 보유불명 사고 접수를 하도록 해 도색 비용 등을 받아 낸 사실도 확인됐다. 이씨 등 30여명의 차주들도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차량 전체 도색을 할 수 있다는 윤씨의 제의에 별 생각없이 범행에 가담했다가 졸지에 사기 공범의 신분으로 법정에 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자동차 정비업소와 레커차 회사간 음성적인 커미션 관행의 병폐도 또 다시 드러났다. 검찰은 적발된 업체들이 과다 경쟁으로 인해 사고차량을 입고시켜준 레커차 회사에 1대당 20∼25만원씩을 속칭 '통값'으로 지급해왔으며 통값 비용을 맞추기 위해 보험사기에 빠져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량 중고 부품 사용에 대해 별도로 처벌 규정이 없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를 계기로 확인됐다.
검찰은 "수사결과 정비업체 등에서 재생ㆍ위조 부품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중고 부품 사용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별도로 입건하지 못했다"며 "운전자의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동차 부품이 안전성 검증도 없이 유통되는 것에 대해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교통사고 환자들의 치료비 등을 과다 청구하는 수법으로 억대의 보험금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서울 모 정형외과 원장 이모씨 등 의사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01년 1월부터 작년 6월까지 교통사고로 입원치료를 받은 금모씨에 대한 주사 및 방사선 촬영 횟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2만5천여원을 D보험회사에 과다청구하는 등 총 2천여차례에 걸쳐 1억1천여만원을 청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한경자동차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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