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가인
제목     가련한 영국의 자동차 산업

가련한 영국의 자동차 산업

 가엾은 영국이다. 자동차산업의 측면에서만 보면 영국은 측은하기까지 하다. 

 영국이 자랑하고 황실 의전용 차로 사용한다는 롤스로이스와 재규어. 그러나 이 차들은 오래 전부터 이미 영국의 자존심이이 아니다. BMW와 포드의 자랑일 뿐이다. 단돈 1달러에 팔리기도 했던(자동차가 아니라 회사 전체의 값이다) 로버가 영국차 브랜드의 명맥을 잇는다고는 하지만 역시 알짜배기인 미니는 BMW가 가져갔다. 어떤 차인 지 제대로 알기 힘든 쭉정이 차들만이 로버 브랜드로 남았다. 

 한 때 대영제국을 호령했던 영국은 이제 발톱이 빠지고 한두 개 남은 이빨마저 흔들리는 가련한 신세로 전락했다. 자동차산업에선 그렇다. 이제는 한국이 영국보다 앞선다. 적어도 자동차에선 그렇다. 한국은 2002년 자동차 생산 314만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국의 자동차 생산은 180만대에 불과했다. 한국의 절반을 겨우 넘긴 것이다. 

 한국에서의 생산차종의 상당수는 자국 토종 브랜드다. 영국 내 생산차종은 그나마 상당수가 포드 등 외국 브랜드의 현지 생산이 절대적으로 많다. 생산대수, 수출실적, 자동차메이커 수, 차종 등 어떤 기준으로도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영국보다 이제는 한 수 위다. 

 영혼과 열정으로 차를 만들었다는 영국차의 현실은 처참하기까지 하다. ‘스피릿 오브 엑스터시’라는 말을 앞세운 롤스로이스의 엠블럼은 이제 독일인들의 손에 넘어갔고 수많은 백야드빌더(수제작 소규모 자동차메이커)들은 흔적도 없이 없어졌거나 사라지는 중이다. 로터스 엘란은 한국으로 건너와 기아의 손에 의해 영면에 들어갔고, 팬더의 칼리스타는 쌍용에 팔려온 사실을 기억하는가. 

 이 처럼 이미 오래 전부터 영국이 자동차 강국에 대열에서 이탈할 조짐은 나타나고 있었다. 반대로 한국이 자동차 강국으로 발돋움할 징조도 서서히 보이고 있었다.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이제 영국을 확실히 눌렀다는 반증은 영국 BBC에서 나왔다. 이 방송국의 자동차전문 TV 프로그램에서 한국차들을 말도 되지 않게 비하하고 비아냥거렸다는 소식이다. 추월당한 자의 비이성적, 감정적 분풀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을 만큼 수준 이하의 자동차 평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그 TV 프로그램의 이름을 딴 잡지가 한국에서도 곧 나온다고 한다. 걱정이다. 

 영혼과 열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은 모를 지 모르지만 차를 만드는 많은 이들의 차에 대한 열정과 영혼을 기자는 이미 십수 년간 현장에서 확인해왔다. 가련한 영국의 자동차산업을 위해 그리고 한국차의 영국 점령을 위해 건배!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한경자동차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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