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가인
제목     경차규격 논란에서 세금인상까지ㆍㆍ

경차규격 논란에서 세금인상까지‥

 늘 지나고 보면 그렇듯 올 한 해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특히 자동차업계는 연초부터 경차규격 논란으로 시작해 연말인 요즘에는 9인승 이하 세금인상까지 그야말로 갖가지 사안으로 티격태격했다. 경기불황에 따라 업체마다 이해관계를 따져가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연초부터 시끄러웠다. 경차규격 확대논쟁과 경유승용차 허용이 겹치며 완성차 5사간의 치열한 물밑경쟁이 볼 만했다. 두 사안 모두 5사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선발업체인 현대-기아는 경유승용차 조기 허용과 경차규격 확대라는 카드를 내밀었고, GM대우는 경차규격 확대 및 경유승용차 반대를, 르노삼성은 경유승용차 조기 허용 반대의 기치를 내세웠다. 중재자인 정부는 경유승용차는 현대-기아쪽에, 경차규격은 GM대우쪽 손을 들어줬다. 정부로선 각 업체의 입장을 절반씩만 인정한 셈이다. 

 이 논란이 끝나자 이번에는 에너지세제개편안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경유승용차를 허용한 만큼 경유값을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정부가 밝힌 것. 그런데 경유값 인상과 더불어 LPG값도 인상한다고 하자 이번에는 화물연대와 택시업계가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소형 화물차를 운행하는 영세 사업자들의 반발도 거셌다. 그러나 정부는 경유값을 이대로 놔둘 경우 경유차가 늘어나고, 이는 다시 세원 감소로 이어져 정부 재정이 악화된다는 점을 들어 강행 방침을 고수했다. 오히려 이를 조기에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자동차업계는 정부의 경유값 인상방침에 목소리 제대로 한 번 못냈다. 어차피 한정된 국내 자동차수요를 감안했을 때 유종별 연료가격이 전체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유값이 오르면 LPG와 휘발유차가 늘고, LPG값과 경유값이 오르면 휘발유차의 판매로 수요가 이동한다는 논리가 그 배경이다. 그러나 경유차가 없는 메이커는 정부의 인상안이 확고하게 시행되기를 내심 바랐다. 그래야 휘발유차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에너지세제개편 논란이 수그러들 즈음 내년부터 시행될 7인승 이상 9인승 이하 차들에 대한 세금인상이 문제가 됐다. 정부는 9인승 이하 차의 경우 대부분 사업용이라기보다 자가용에 가깝다는 점을 들어 이들 차의 세금을 승용차 수준으로 물리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미 4년 전 나온 얘기지만 그 동안 이를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9인승 이하 소유자들은 마른 하늘에서 날벼락이 쳤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 또한 업체 간 이해는 첨예하게 대립각이 서 있었다. 9인승 이하 차가 없는 회사로선 반길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처럼 올해를 지켜 보면 정부의 정책에 업체마다 이해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는 쪽으로 논란이 불거져 왔다. 물론 정부의 재정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재정정책에 맞추다 보니 소비자들도 혼란스럽고, 업체마다 만나면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기 일쑤였다. 심지어 상대방을 비방하는 데 혈안이 되는가 하면 아예 공식석상에서 얼굴조차 보기 싫다는 이들도 생겨났다. 노골적으로 정부 정책과 상대를 비방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기도 예사였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업체들이 똘똘 뭉쳐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또 모두 한 목소리로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얘기다. 이 때는 자동차업계에 '큰 형님'이 있었고, 형님이 아량을 베풀면 동생들도 고마움을 느끼곤 했다고 한진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시장이 구조조정 여파로 외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업체와 국내를 기지로 삼은 한국메이커 간 경쟁으로 변하면서 이제 형님도, 아우도 없어졌다는 게 업계의 뒷얘기다. 형님이 지녔던 포용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이에 분개한 동생들은 이제 형님으로 생각지도 않는다. 내년에도 자동차 업계에서 '양보'라는 말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한경자동차plus- 

   
Insert titl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