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경전철 모노레일은 서울시민의 새로운 발이 될 것인가. 강남구가 8년에 걸친 사업안 검토를 마치고 4월 모노레일 사업계획서를 서울시에 제출하기로 하면서 모노레일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서울시 등 관련 기관이 강남구의 사업안을 승인할 경우 이르면 올해 말 공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강남구는 2007년 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노레일이란 ‘하나’를 뜻하는 ‘모노(mono)’와 철도를 뜻하는 ‘레일(rail)’의 합성어다. 보통 철도처럼 두 개의 궤도를 타고 달리지 않고, 지상에 박은 기둥을 가로질러 공중으로 연결된 하나의 선로를 따라 움직이는 경전철의 일종이다. 모노레일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일본 도쿄 등 세계 10개국 25개 도시에서 운행 중이다.
강남구가 추진 중인 구간은 1단계로 도산대로~영동대로를 잇는 신사역(지하철 3호선)~청담역(7호선)~삼성역(2호선)~학여울역(3호선)까지 6.6㎞ 거리다. 1단계 구간이 끝나면 안세병원 사거리에서 논현로와 양재천길을 따라 학여울역으로 이어지는 7.8㎞ 구간의 2단계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놀이시설을 제외한 교통수단으로서 모노레일 도입은 강남구가 처음이다. 영등포구가 지난 1월 사업안을 발표했고, 대구 등 일부 도시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강남구가 모노레일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만성적 교통체증을 해결하는 데 있어 여러가지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모노레일은 지하철의 정시성과 버스의 경제성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중에 난 궤도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길이 막힐 걱정이 없다. 수송능력은 지하철의 절반이지만 건설비는 ㎞당 250억~350억원으로 지하철의 4분의 1, 공사기간은 지하철의 5분의 1 수준이다.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공해도 없다. 주영길 강남구 교통정책기획단장은 “버스를 늘릴 경우 교통체증과 공해가 예상되고, 지하철 공사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할 때 모노레일은 버스와 지하철의 단점을 메우는 최적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최민행 강남구 신교통추진팀장은 “강남구는 업무·무역·금융·상업·문화 등 각종 도시기능이 집중된 데다 수지·용인·분당 등으로부터 도심진입을 위해 통과하는 차량이 많아 새로운 교통수단이 요구돼 왔다”며 “강남구의 출퇴근 시간대 자동차 통행속도(시간당 14.3㎞)는 서울시 전체의 18.8㎞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팀장은 “강남을 통과하는 지하철(2·3·7호선, 분당선)은 모두 동서를 잇는 노선이어서 남북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보완할 신교통 수단으로 모노레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하루 평균 7만여명이 모노레일을 이용, 승용차 2만5000대의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남구 관계자는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운행비용과 통행시간, 교통사고 감소에 따라 1조4900억원의 비용이 절감되고 생산유발, 임금유발 효과가 640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지난해 말 모노레일 선진국인 말레이시아의 엠트랜스사와 합작법인인 강남모노레일 주식회사를 세우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강남구가 모노레일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장차 예상되는 교통 혼잡에 대비, 신교통수단을 도입하기로 하고 모노레일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한 것. 그러던 중 2000년 서울시가 강남·잠실·여의도·신림·도심지역 등 5개 지역에 신교통수단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2001년 강남구에 먼저 시범 도입하기로 하면서 강남구의 모노레일 사업은 탄력이 붙었다.
하지만 주관 사업자가 나오지 않아 사업이 주춤해지다가 말레이시아의 모노레일 회사가 지난해 투자의사를 밝혀오면서 강남구의 모노레일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엠트랜스는 총사업비 2000억원 중 75%를 투자할 계획이다. 강남의 유동 인구가 300만명이라는 점 등을 고려, 엠트랜스가 사업성을 인정했다는 게 강남구의 설명이다. 나머지 사업비는 강남구가 부담할 예정이다.
“강남구 주장 설득력 없다” 비판도
그러나 강남구의 모노레일 추진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먼저 모노레일을 놓기 위해서는 도로 중앙에 기둥을 세워야 하는데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것. 이용자 수나 도로혼잡 해소 효과 등을 감안할 때 경제성이 크지 않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서울시가 지난해 중앙전용차로제를 도입하는 등 버스 시스템을 바꾸면서 모노레일의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포공항과 강남을 잇는 지하철 9호선(2007년 완공 예정)과 강남~분당 정자를 잇는 신분당선(2009년)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대중교통난 해소용이라는 강남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주영길 교통정책기획단장은 “모노레일을 도입하는 영동대로와 도산대로는 중앙전용차로제가 실시되지 않는 곳으로, 지하철과 버스의 연결성도 좋지 않다”며 “모노레일의 기둥은 직경이 80㎝이기 때문에 기존 차선을 잠식하지 않고 설치할 수 있고, 구조물 밑에 수림대를 조성하면 도시 경관이 오히려 좋아진다”고 말했다. 최민행 팀장은 “경제성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가 검토를 마쳤으며 외국 기업도 사업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노레일은 도심 내부 연결 기능을 하기 때문에 신분당선·9호선과 기능이 다르며 신분당선과 9호선이 건설되면 환승·연계 수요가 생기기 때문에 모노레일 이용객 감소는 5% 미만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은 뒤 절차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범 주간조선 기자(sb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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