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2004 자동차 산업현장
수출이 성장견인..내년은 '시계 제로'
(서울=연합뉴스)자동차산업에 있어 2004년은 바닥을 기는 '내수'와 하늘을 나는 '수출'이 극명히 대조된 한 해였다.
내수의 경우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만큼 연중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판매 실적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던 작년보다도 16.5% 더 줄어 110만대선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월별로도 12개월 내내 작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 왔고, 특소세 인하와 신차 출시 등 호재가 겹쳤던 4월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월판매 10만대를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경기침체가 자동차 내수판매에 직격탄이 됐다.
게다가 신용불량 문제와 고유가 등으로 구매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는 바람에 내구소비재인 자동차 판매는 거의 바닥으로 추락했다.
특소세 인하라는 '특약 처방'과 잇단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승용차 판매는 작년보다 15% 적은 85만5천대, 상용차는 22.6% 적은 24만5천 수준까지 각각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차종별로도 경차만 작년보다 5% 가까이 늘어났을뿐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포함한 나머지 차종은 모두 큰 폭으로 줄어 전형적인 불황기 판매패턴을 보였다.
완성차를 생산하는 현대.기아.GM대우.쌍용.르노삼성 5사 가운데 작년보다 내수 실적이 좋아진 곳은 하나도 없었다.
특히 12월초 SM7 출시 이전까지 신차를 전혀 내놓지 못한 르노삼성의 경우 30% 이상 내수실적이 줄어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그 와중에서도 현대차[005380]는 내수 점유율을 작년보다 2% 이상 높은 50%대로 끌어 올려 기아차와 함께 내수시장의 75%선을 장악하는 '독주구도'를 다졌다.
국산차의 내수부진과 대조적으로 수입차 판매는 사상 처음 2만대선을 넘어서 작년보다 19% 가량 많은 2만3천대 규모로 늘어나고 내수점유율도 3%(작년 2.2%)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출은 전례 없는 '고공비행'를 계속하며 내수침체에 허덕이는 자동차업계의 숨통을 틔어 줬다.
전체 수출은 작년보다 28% 가량 늘어나 230만대를 상회할 것으로 보이며 수출액은 12월 중순 사상 처음 300억달러선을 돌파했다.
특히 현대차는 1976년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 6대를 중미 에콰도르에 처음 수출한 이후 만 28년만에 누계 수출 1천만대(수출액 815억9천972만6천달러)를 돌파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1천100원대 후반을 맴돌던 원.달러환율이 10월 초 이후 불과 2개월여 동안 1천원선을 위협할 정도로 가파르게 떨어져 현대.기아차가 비상경영에 들어가는 등 전체 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업체별 수출 점유율에서는 현대차가 56%대에서 47%대로 크게 떨어진 반면 기아차와 GM대우의 점유율은 눈에 띄게 올라갔다.
GM대우의 경우 북미, EU, 동유럽 등으로의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작년보다 100% 가량 실적이 늘어났고 수출점유율도 20% 근접선까지 올라갔다.
지역별로는 북미, EU 등 자동차 선진시장이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했지만 중동, 아시아.태평양, 동유럽, 중남미 등 나머지 지역에서도 골고루 호조를 보였다.
자동차 수출이 이처럼 호조를 보인 이유로는 각 업체들의 적극적인 수출시장 개척 노력과 국산차의 품질 및 브랜드 이미지 개선, 국산차에 대한 해외 소비자 신뢰도 상승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현대차[005380] 쏘나타가 미국 제이디 파워의 신차 품질조사(IQS)에서 중형차 부문 1위에 오르고 기아차[000270] 쏘렌토가 미국 NWAPA(북서부자동차기자협회) 선정 '최고가치 SUV상'을 받는 등 해외시장에서의 국산차 평가가 현격히 좋아진 것이 수출에 큰 도움이 됐다.
양적 팽창과 함께 수출 내용도 고부가가치 차종 위주로 바뀌어 지난해 9천609달러였던 자동차 1대당 수출가격이 거의 1만달러선까지 올라갔다.
업계 동향 중에는 중국 상하이기차의 쌍용차 인수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외환위기 이전부터 '주인찾기'에 매달려온 쌍용차가 결국 상하이기차 울타리 안에 정착하게 됨으로써 국내 자동차업계는 현대.기아차의 독주를 외국자본 3사(GM대우.쌍용차.르노삼성)가 견제하는 구도로 재편됐다.
자동차 관련 정책 측면에서는 내년 초로 예정된 특소세 환원과 7-10인 승합차 세율 인상을 재검토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연말을 앞두고 갑자기 흘러 나와 차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심한 혼선이 빚어졌다.
내년에는 자동차 내수가 소폭 회복되는 반면 수출 신장세는 크게 둔화돼 전체 업황이 그다지 밝지 않을 것으로 자동차공업협회는 내다보고 있다.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과 연초 디젤 승용차 출시, 대체수요 적체 등 호재가 자동차 내수에 어느 정도 자극을 가할 것은 확실하나, 고유가, 청년실업, 건설경기 부진, 특소세인하 환원 등 악재도 적지 않아 내년 내수판매는 올해보다 4.5% 많은 115만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수출의 경우 세계 자동차시장의 성장세 지속, 국산차 품질 및 이미지 개선, 신차종 추가 투입 등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와 해외생산 증가 등의 여파로 올해보다 3.4% 늘어난 240만대(수출액 336억달러)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그러나 올해 276억달러였던 자동차 부문의 무역수지 흑자가 내년에는 총 무역수지 흑자의 1.5배인 288억달러까지 늘어나, 자동차산업이 계속 국가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경자동차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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